당연하게도 모든 시나리오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플레이 예정 중인 분께서는 열람하지 않으시길 당부드립니다 !!
개인에 따라 취향을 탈 수 있는 소재가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본 시나리오에는 해피엔딩이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피엔딩이라고 느낄 수 있으나 스토리 상의 해피엔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왜 오늘도 어김없이 밤은 오느냐고,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방에는 왜
꽃 대신 늘 어둠이 먼저 피느냐고,
왜 밤은 나를 울게 하느냐고.
_서덕준, 밤은 죄가 없다
별무리가 흩어지는 밤에
w.히츳
KPC: 헤르샨 아일
PC: 벤데타
2019. 02. 23.
...
당신의 소중한 누군가가, 언젠가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씩 연락이 뜸해지고, 하지 않던 말과 행동을 하고, 가끔씩, 아주 가끔씩 기이할 정도로 섬뜩한 표정을 짓던 그 사람.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쯤, 그 사람은 당신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건넵니다.
―우리, 별무리가 흩어지는 밤에 이별을 고하자.
―안녕, 다시는 만나지 말자, 하고.
그 날은, 며칠 뒤 우리가 함께 유성우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별의 죽음이 수놓아진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
[ 미안, 오늘도 만나지 못 할 것 같아. ]
혼자 이곳에 서 있는 게 짜증날 정도로 하늘 맑은 오후, 딩동, 하는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도착한 문자 메시지.
이걸로 헤르샨이 당신과의 약속을 몇 번 째 파투내는 건지 셀 수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최근 들어 헤르샨의 행동이 몹시 이상하긴 했지만 바로 다음 날로 다가온, 두 사람이 벼르고 벼르던 우주쇼―유성우를 보기로 한 날을 일방적으로 관계의 끝을 고하는 날로 뒤바꿔버리다니.
그 터무니없는 통보 이후로 몇 번을 연락해도 헤르샨이 만나주지 않자, 당신은 오늘 기어이 헤르샨의 집으로 들이닥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애꿎은 문자열들을 쏘아보며 닿지 않을 원망을 늘어놓고 있을 때 쯤, 지나가던 대광장의 커다란 전광판에 긴급속보라는 뉴스 기사가 하나 송출됩니다.
[뉴스]
긴급 속보입니다.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으로 최근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이 어젯밤 또 하나 발생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 오후 11시 50분, 피해자인 D구역의 관리 책임자 A씨는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 되었습니다. 살해 방법은 이전의 사건들과 동일하며, 피해자는 이번에도 수차례 이어진 난도질 끝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연쇄 살인의 목적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으로... ...
날 좋은 대낮에 듣기에는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끔찍한 뉴스입니다.
그러고보니 요새, 이름 있는 유명 인사들만 살해한 후 홀연히 사라지기로 유명한 연쇄살인으로 세상이 꽤 흉흉해졌습니다.
자신의 연락을 무시하는 헤르샨에게 야속함이 들었으나, 하필 D구역은 헤르샨과 자신이 사는 지역인 탓에 괜스레 이어지는 걱정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마저 헤르샨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당신은, 문득 무언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관찰 가능합니다.
벤데타:
Spot Hidden Roll
Value:
85/42/17
Rolled:
45
Result:
Success
헤르샨의 집으로 향할수록 점점 길이 황량해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분명 예전에 왔을 때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
기이한 느낌에, 당신은 속도를 좀 더 높여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도달한 헤르샨의 집 앞은, 예전에 왔던 집과 동일한 장소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합니다.
관찰과 듣기가 가능합니다.
벤데타:
Listen Roll
Value:
70/35/14
Rolled:
45
Result:
Success
집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안에 사람이 살긴 하는 건지, 싶을 정도로.
벤데타: ...이상한...헤르샨.(빠르게 주변을 살펴봅니다.)
(관찰 롤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굴려주세요.
벤데타:
Spot Hidden Roll
Value:
85/42/17
Rolled:
62
Result:
Success
문 한 구석에 짙은 얼룩이 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벤데타: ,..이게 무엇일까요(자세히 바라본다.)
꽤 오래된 얼룩에 몇 번 새로 덧입혀진 듯 군데군데 색이 다릅니다.
벤데타: ...얼룩 기름이라도 유출된건지, 아니면...어느쪽이든 좋은 이유는 아니군요. ...어떤것이 묻었을까요.(아이디어 롤..루..얼룩의 종류를 알 수 없을까요?
가능합니다. 롤을 굴려주세요.
벤데타:
INT Roll
Value:
50/25/10
Rolled:
87
Result:
Fail
...(지끈)
익숙한 느낌의 얼룩. 그러나 벤데타는 이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내지 못합니다.
헤르샨은 안에 있는 걸까요? 자세히 살펴보니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것 같은 게 보입니다.
벤데타: ...헤르샨, 거기 있으십니까?(문은 잠겨있지 않지만..노크를 한다)
똑똑, ... ... 한참 기다려도 반응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벤데타: 들어가겠습니다. 보안상 문제이니 양해해주시길(문을 열고 조심스래 진입합니다)
끼익... 어딘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집 안으로 발을 들이자 온갖 창문에 커튼을 쳐둔 채 조명 하나 켜져있지 않은 어두운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현관과 가장 가까운 우측에 헤르샨의 방이 하나, 그 맞은편에 화장실, 눈앞의 복도로 이어지는 거실과 부엌이 보입니다.
벤데타: ...헤르샨, 어디 계십니까..!(집안 전체를 둘러봅니다. )
방 쪽에서 작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벤데타: ..샨? (헤르샨의 방으로 향합니다)
[헤르샨의 방]
문이 반쯤 열려있는 작은 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문 너머에서 발작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옵니다.
헤르샨 아일: ...누구야.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고함에 깜짝 놀랐으나, 당신은 곧 이 외침이 헤르샨의 목소리임을 깨닫습니다.
금세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들어 주변을 훑어보면... ... 맙소사.
마치 온 세상과 차단되듯 캄캄한 방은 물론,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들과 음식 찌꺼기들, 그리고, 몇 겹이나 되는 이불에 파묻혀 얼굴만 내놓고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헤르샨.
벤데타: ..노크소리, 듣지 못하셨나보군요.(천천히 다가가본다
헤르샨 아일: ...
여기는... 왜 왔어.
나가, 보지 말자고 했잖아.
벤데타: 어째서요? 요즘들어 당신의 일방적인...아닙니다.(고개를 돌린다.) 무슨 일이시기에 , 그리 계십니까.
제가...도울 수 없는 일인가요? 당신의 페이지를 읽는 저도 몰라야만 하는 일입니까?
헤르샨 아일: (시선을 불안하게 굴리다가) 나는, 그냥..그저.....아냐. 그게... 불안해서, 네가 여기에 있으면 안 돼, 벤. (답지 않게 눈에 띄게 불안해하며 횡설수설 말을 겨우 이어)
벤데타: 제가, 이 벤데타가. 당신곁에 있지 않으면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조금은 굳은 표정. 제 발밑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주어들었다.)
샨, 방을 청소하죠. 창문을 열어 차가운 바람을 쐬며..(이불을 힐끗 보았다.) 혹여나, 추우십니까?
헤르샨 아일: (입술을 꼭 물었다가 일어나 네 팔을 붙잡고) 벤...
... 아냐, 여기까지 왔으니까..어쩔 수 없지. ..
헤르샨은 조금 진정한 모양이지만, 여전히 당신과 거리를 둔 채 복잡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쉬다 가라며, 당신을 도와 주변 정리를 시작합니다.
헤르샨에게 그간의 일들에 대한 것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벤데타: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쓰레기들도, 정리되지 않은 당신도. ....이상한 분위기와 문의 얼룩도. 샨,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헤르샨 아일: (몸을 조금 굳혔다가 천천히 더듬듯 말을 내고) 잘... 요즘 기억이 잘 안 나. 뭐든지 ...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을 때도 많고. ...
벤데타: ...(놀란듯, 눈을 크게 깜박이다가) 기억의 빈 부분...저에게 말해 주셨어야지요, 헤르샨. 아니요, 책망하는것은 아닙니다. 그냥...이상한 징후는 없었습니까?
헤르샨 아일: 너한테도... 그냥, 주변에서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실종 같은 거.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가) ...그래서,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모든 사람하고 관계를 끊어내려고 했어. ...너까지도. ..네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잖아.
벤데타: 당신의 주변에? 그 말은, 기억을 잃은 당신이 주변인에게 피해를 줄 만한 일을 하셨다는 뜻 같습니다만.(그가 히죽 웃더니 창문을 활짝 열었다.)
...저를 아직도 사람이라 칭하시는것은 샨 뿐입니다만..어찌되었든, 저는 당신의 모든것을 기록할 의무가 있으니까.(심리학 사용 가능한가요?)
헤르샨 아일: (너를 잠깐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아니... 그냥, 기억이 안 나니까. 잘...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
...그럴 의무가 있긴 하지만, 그건 15살의 헤르샨 아일하고 한 약속이잖아. 나는 내가 나라는, 확신도... 이제 부족해서. 내가 아니게 되면 그럴 필요도 없겠지... (내뱉듯 말을 끝내고)
심리학 사용 가능합니다.
벤데타:
Psychology Roll
Value:
50/25/10
Rolled:
10
Result:
Extreme
(샨 심리 전문가)
벤데타는 능숙하게 헤르샨의 심리를 파악해냅니다.
매우 불안해보이고, 또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느낌. 당신에게 전하는 말에 거짓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제나 그랬듯, 말하지 않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벤데타: .....샨, 이 벤데타의 인격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저를 사람이라며, 벤데타라는 사람이라고. 그리 부르겠지요. 생각이 변하셨습니까?(작게 웃으며 당신의 앞에 앉았다.)
헤르샨 아일: ...(너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고) 아니, 그럴 리가... 너는 언제나 사람이야. 네 인격이 죽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벤데타: 왜 당신에게만은, 다른 잣대를 들이미십니까. 공명정대한 정의로서,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무엇을 두려워하지? 기억을 잃은 자신? 기억을 잃는다고 다른 내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의심해볼것은, 해리성 정체성 장애. 그의 금안이 반짝 빛을 냈다.) 기억이 돌아온 당신은 무슨 상태였길래 그리 두려워하십니까.
헤르샨 아일: ... 잘, 몰라. 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꾹 다문다) 기억이, 안 나.
벤데타: ...걱정 마십시요 샨, 당신에게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여느때처럼 방긋, 웃어보인 그는 손을 내밀었다.)
이 벤데타에게 당신의 모든 자유를 주시면 됩니다. 완벽한 관찰 보호조치. 자신 있으니까요. 한시도 떼놓지 않고, 주변을 지켜드릴테니..(저를 피하지 마십시요. 그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어서 잡지 않고 뭐 하느냐는듯.)
헤르샨 아일: (네 말에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어딘가 조금 안도감이 드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한 표정은 가시질 않더니, 여전히 손을 잡지 않은 채로)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네게 그러고 싶지 않아.
...너한테 부탁할 건 따로 있어, 벤. 지금은 말고.. 그 날에 말할 테니까, 그 때.. 부탁을 들어줄래?
벤데타: ....(텅 빈 손을 거두어들인 그는, 조금은 멍하게 그것을 보고있다가 당신을 향해 웃었다.)...정의롭지 않은것만 아니라면. 그리 하겠습니다 예, 그 날에.
헤르샨 아일: ..걱정 마, 네게.. 정의롭지 않은 일을 부탁할 리가 없잖아. 내가. (처음으로, 느릿하게 웃어보이고)
벤데타는 헤르샨를 거들어 정리를 돕던 도중, 책상 한 구석에 쌓인 크고 작은 메모장 더미를 발견합니다.
벤데타: ...?(읽어봅니다)
벤데타가 읽어보려고 하자, 헤르샨이 다가와 슬쩍 메모장을 뺏어듭니다.
헤르샨 아일: ... 이건, 그냥.... 일기 같은거야.
기억이 자주 끊기니까 불안해서, 계속 행동이나 생각을 기록하고 있거든. ...
벤데타: ...(가로막힌것에 충격먹은 얼굴이다..) 그렇다면, 더욱.. 샨, 당신을 위해 허락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헤르샨 아일: (고개를 살짝 젓더니) 그 때 생각을 모두 적어두니까.. 누구한테 보여줄만한 건 아냐. ... 부끄럽기도 하고.
벤데타: (댕그래지며..)..아......그럼,.어디에 두면 되겠습니까
헤르샨 아일: ..이건 내가 치울게. 벤은 그냥, 저쪽을 좀. (한 쪽을 가리키고)
말을 마친 헤르샨은 메모장 더미를 가져다가 한쪽으로 치워둡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대강 정리를 끝내자 헤르샨은 어두웠던 내부에 불을 밝힙니다.
헤르샨 아일: 아직 조금 이른 것 같지만... 저녁이라도 먹자. 내가 차려올만한 음식이 남았는 지 볼 테니까, 그냥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헤르샨은 벤데타를 거실의 소파에 앉혀두고는 부엌으로 향합니다.
헤르샨을 기다리는 동안 집안의 한 곳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헤르샨을 기다리는 동안 집안의 한 곳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벤데타: ....(헤르샨의 방으로 쏙 들어갑니다)
[헤르샨의 방]
당신과 헤르샨이 열심히 치운 방입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해졌군요. 뿌듯함까지 느껴집니다.
관찰 가능합니다.
벤데타:
Spot Hidden Roll
Value:
85/42/17
Rolled:
45
Result:
Success
헤르샨이 한 구석에 밀어놓은 메모장 더미로 눈길이 향합니다.
가장 아래, 조심성 없이 펼쳐진 메모장에 쓰여진 문장이 하나.
< ... 이 가장 큰 걸림돌... ...것은 ... ...고, ... ...이 다가왔다. 그러니 더는... ... 없다. 그 날에 ... 끝을 낼 것. >
벤데타: ....?
그것을 읽는 것과 동시에, 밖에서 당신을 부르는 헤르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벤데타: (문장을 기억해둡니다.)...저 여기 있습니다 샨.(후다닥 밖으로 나갑니다)
헤르샨 아일: 아, 벤. (너를 보고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집에 남은 음식이 없어서.... 요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안 되더라고.
헤르샨에게 심리학과 관찰 가능합니다.
벤데타:
Spot Hidden Roll
Value:
85/42/17
Rolled:
8
Result:
Extreme
Spot Hidden Roll
Value:
85/42/17
Rolled:
37
Result:
Hard
(? 왜 아니 )
(관심이..많았나봅니다..')
둘 모두 굴리셔도 괜찮습니다.
헤르샨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부엌 쪽을 힐끔거리고 있습니다. 음식에 미련을 두고 있는 걸까요.
벤데타:
Psychology Roll
Value:
50/25/10
Rolled:
91
Result:
Fail
(이마팍팍 이 벤데타가 샨 캐해에 실패했다니 믿을 수 없다. 강행 가능한가요?)
(ㅋㅋ) 가능합니다. 묘사를 덧붙여주시면 더 좋습니다.
벤데타: ...샨, 저 보십시요.(조금은 애처로운 얼굴로, 그는 다시금 당신을 바라보았다.)
벤데타: ....예, 저만은. 저와 함께한 시간만은, 저를 본 기억만은. 그게 저희의 약속이였으니까요.(힐끔 흩어지는 너의 시선을 쫒으려 노력하다, 부스스 웃었다.)일기, 지금 읽어보면 안 됩니까?
헤르샨 아일: ...응, 이건 괜찮아. 네가 담긴 이야기들이니까. 아직 괜찮았을 때 쓴 거기도 하고. (살짝 네 쪽으로 밀어주고 눈을 깜빡였다가) 약속했었지. 그러니까, 너만은.. 네 이야기만은 잊지 않을 거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15살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있던 순간은 잊지 않았어.
벤데타: ....저도 마찬가지랍니다.(언뜻 무표정해보였지만 그녀라면 알 수 있겠지. 이런 순간들은 벤데타가 정말 감정을 표현했을때부터, 사랑해 마지않던 것들이니까.)그러니 지금 이순간도. 저희의 약속도 잊지 않으신다면, 정말 그렇다면 당신은..헤르샨 아일일것입니다. 언제나.(느릿하게 눈이 깜박였다.)
헤르샨 아일: (너를 바라보았다, 그 약속을 기억하는 한... 그 말이 안심이 되어서였는지 천천히 웃었다가,) 응. ...그러고보면 처음엔 우리 내기에서 시작한 거였는데. (기억을 되짚는 듯 조금 말을 끊었다가) 언제 이렇게 됐더라.. ... 신기해.
...네가 마지막까지,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라서 다행이야. 벤.
벤데타: ...내기. 그렇군요. 이제는 맹세가 되어버린, 승패를 허물고, 삶에 새긴 규칙이 되어버린..저희만의, 내기죠. (천천히 웃는 당신을 따라하듯, 제 볼을 쥐었다가 서서히 웃음지었다.) 당신은 나의 마지막 소망, 저는 당신의 가장 큰 욕망. 이것을 잃을리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아, 툭 하니 어느 사실이 떨어져내렸다. 지금, 자신의 마지막이라고. 내가 인격을 잃는것보다 더 빨리, 그녀가 죽을리가 없지 않는가, 그는 작게 웃었다.)...글쎄요. 저는 쭉, 저의 마지막을 봐줄 이는 샨이라고 생각했는데.
헤르샨 아일: ...(네 말에 눈을 깜빡였다가 조금 말이 없더니)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내기에서 이기고 싶지 않은데. ...네 마지막을 보고 싶지 않아.
...너도, 그러려나? (조심스럽게, 네게 질문이 닿았다. 제 마지막은 네게 어떤 의미일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 같다가도, 때로는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벤데타: 때로는, 그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있기에.(소망을 버린다면 군림할것이고, 당신이 여전히'벤데타'라고 부를 그것도 오래 살지 못할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그가 극단적인것을 잘 알았으니까. 살해당하거나, 정의를 이루는것에 실패해 스스로를 죽이겠지. 그러니, 내기는 너의 승리일 터였다.) 마지막이 온다면, 봐주실것을 압니다. 헤르샨 아일, 나의 샨. 당신의 약속을 믿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요.(꾹, 제 손이 쥐어졌다.) 그러니 대답치 않겠습니다. 내기에서의 승리는 중요하지 않으나...당신의 마지막을 상정하고 싶지는 않군요.
헤르샨 아일: ... 약속을 어기지는 않아. 네 마지막을, 네 모든 삶을 기억할 거야. 벤.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가) 네 마지막을... 상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네가 그런 것처럼. ...
벤데타: ...그래요. 제가 그런것처럼. 저희는 헤르샨. 서로를 너무나 잘 아니까요.(나의 모든삶은 기록된다. 그 장소가 제 앞에있는 사람이라는게. 그것이 기꺼워 웃었다.) 마지막, 책의 끝. 얼마나 슬픈 단어입니까. 그러니 아직 더 살아보죠. 저희의 페이지기 더 넘겨질 수 있도록.
헤르샨 아일: (네 마지막 말에 오래도록 대답이 없다가 고개를 들었다. 네게만은, 정말... 네게만은 거짓을 고할 수가 없어서 아무런 말도 잇지 않은 채로 그저 한참을 보고 있다가) ...응. 그래도, 약속은 기억하지? 우리의 마지막은... 서로가 기억하는 거야. 가능하다면... 내 이야기의 끝에는 네가 있으면 좋겠어. 벤. 삶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조금 웃어보였다)
벤데타:가능하다면?(고개가 살랑 기울어졌다. 웃음기를 머금은 입술이 보기좋게 올라갔다.) 가능이 아니랍니다. 필연, 확실. 온전한 확률. 당신의 마지막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새겨넣을테니까요. 당신의 삶의 대부분 그랬듯이.
이 벤데타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한번 본것을 지금까지 기억하는것 따위, 가능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샨.(네 웃음을 바라보았다. )
이것은 제가 만들어낸 필연입니다. 제가 몇백번이고, 몇천번이고 기억해내 다시 새긴 흔적입니다.(벤데타는 조심스래 제 왼쪽 가슴, 심장이 뛰고 있는곳을 쓸어내렸다. 그곳을 파내어 새겨진 글씨를 느끼기라도 하듯.)
헤르샨 아일: (시선이 네 심장께를 향했다. 네가 깊숙이 새겨둔 제 이름이 기꺼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혹은 울음이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헤르샨은 숨을 길게 내뱉고, 그 안에 모든 감정마저 섞어 뱉어냈다.) ...응. 우리의 시작은 우연이였지만 이 순간은 필연이야.
너를 선택해서, 네가 나를 선택해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내게 좋은 미랜, 지. .... (말이 툭, 끊겨 나오고 당황한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진정하더니)
...고마워. 하지만 곧, 마지막이야, 벤.
말했잖아, 우리 내일, 그 밤에 이별을 고하자고. 내일이 지나면 다시는 만나지 말자.
이해가 안 되지?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더니) 네 이야기를 사랑해, 벤. 정의로운 너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애정하고 있어. 그러니 여기서 마지막이야. 우리의 대화를 기억해, 잊지마. 그거면 돼. 지금은 이해할 수 없어도 ...
벤데타: .....제가 왜요?(당신이 담은 무거운 말과는 다른, 가벼운 어투였다.) 말해보십시요. 이 벤데타가 어째서 그래야 하느냐 물었습니다. (기색을 살피려는 의도였을까, 그는 네 얼굴을 바라보고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해서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샨. 당신이라면, 저와의 약속이라면 더더욱!
...못 들은걸로 하겠습니다. 저의 의무입니다. 당신의 의무이며. 저의 신뢰입니다. 이 벤데타의.(그것을 끝으로, 그는 완고하게 입을 다물었다.)
헤르샨 아일: (네가 납득하지 않는 게 어쩌면 더 당연해서,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가 네 머리를 톡톡 쓰담아보고) ...그래, 어차피 이해하게 될 거야. 합당한 이유라던가 ...
(오래도록 너를 바라보고 있다가) ... 밤이 되기 전에 돌아가, 벤. 그리고 내일 다시 보자.
벤데타: ...아니요, 당신이 틀렸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눈을 감았나, 그는 익숙한 쓰다듬을 즐기듯 웃다가, 일기를 챙겨들고 사라졌다.)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내일, 다시 뵙죠.
헤르샨 아일: ...벤, 나는 네가 아는 나와는 많이 달라졌어. 나는 과거를 곱씹는 사람이 아니지만, 온전한 나는 과거에만 남아 있을 거고.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시계를 흘끗 바라보고 네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 집에 가면 읽어봐.
우리가 다시 보는 건 내일이야. 내 말, 기억해.
라며, 벤데타의 손에 메모장 하나를 쥐여주고는 이만 가보라고 등을 떠밉니다.
밖으로 나오니 꽤 시간이 지났던 모양인지, 하늘은 어느새 어둑해져가고 있었습니다.
헤르샨에게 떠밀려 밖으로 나온 당신은 헤르샨을 만나기 전보다 더한 찝찝함과 불안함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
[벤데타의 집]
오늘은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집에 도착한 후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아 시간만 허비하다 어둑한 밤이 되어 겨우 잠자리에 들기 직전, 헤르샨이 주었던 메모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헤르샨에게 든 그 어떤 의문도 해소하지 못한 채 되돌아온 오늘, 손에 쥐여진 메모장은 당신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메모장을 읽을까요?
벤데타: ...(읽습니다.)
메모장:1P
이 노트가 절대 네 손에 들어갈 일이 없기를 바라. 그런데도 네가 이걸 봤다면, 너는 분명 기어이 내 집까지 찾아왔거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걸거야. 지금부터 네가 알고있는 나는 전부 잊어버려. 여기 쓰여있는 것만 기억해.
벤데타: ....(닿은 온기. 제게 닿은. 이제야... 그는 조심스래 당신의 손을 잡아올려, 제 볼에 대었다. 조금은 붉고, 약간은 거칠고, 찬바람을 맞아 차가운.)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요. 자비는,..그래요. 자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비.(조심스래, 당신의 손끝에 입술을 대었다. 맥박을 확인하듯이.) 당신을 위함이 아닙니다. 저의 정의와, 정의라는 이름 하에 제 손에서 죽어나간 이들을 위함이며..공명정대한,..판단을...(그말을 끝으로, 입술을 꾹 물었다가.)
샨,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당신의 정의가 되고 싶으니까.(굳은 결심. 하루 아침에 나타낼수야 없는...,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씩..다만 확실하게.)
약속이니까, 의무이니까요. 그렇기에 받습니다. 당신과 저를 이어주는, 단 하나의 우연이니까. 샨, 당신의 마지막 페이지를 소망합니다.(벤데타는 웃었다. 그녀에게 밖에 보여주지 않는, 어쩌면 헤르샨조차 최근들어 보지 못한.)
헤르샨 아일: (네 웃음에 이번에는... 정말로, 눈물이 나와서. 헤르샨은 무언가가 제 볼을 타고 흐르는 정말로, 익숙하지 못한 감각에 멍청히 눈을 깜빡였다. 제 이야기의 대부분에는 그가 있었고, 이제 마지막 페이지는 온전히 그의 것이다.
자신의 가장 큰 욕망, 행복하길 바랐던 사람. 자신이 아는 한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그래서 위태로운 사람. 자신의 마지막 인간성마저 소망이 아니라 정의의 이름 앞에 잘라내겠노라, 선언하는... ...
...벤, 나는 네 정의를 사랑해. 하지만...네가, 정의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아. ...내가 없으면, 없어도... 너는 춥다고 말할까? 소망을 말할까? 정말로... 괜찮을까? 나는, 그게.. ... 너무 걱정이 돼서.
(말은 더 이어지지 못하고, 눈물 방울이 툭, 떨어졌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길 바랐던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순간이 지나면 차갑게 얼어도 차가운지도 모를 것 같아서. ... )
벤데타: ...몸이 얼어가는 과정을 아십니까? 처음은 정말, 아픕니다, 욱신거리고 따갑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이 게속 이어지는건 아니기에, 이시지 않습니까. 피부의 기능은 멈추고, 그곳은 썩어들어 잘라내야합니다. (벤데타는 하늘을 바라보다, 당신을 향해 웃었다.)....샨, 당신은 유능한 군의관이지만. 이번에는 도와줄 수 없을것같습니다.(...추웠다. 너무나 추워서, 손끝과 머리가 단단하게 얼 정도록 추워서, 되려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당신이 바라보는 미래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바라는 미래는 올 수 있을까요?(그녀는 미래를 보았다. 미래를 보고, 길러내고, 그 상태로... 벤데타는 흉내내어 별을 보았다. 오늘은 별이 죽어 추락하는 날이지만, 그것이 더 어울린다 생각하였다. 자신이 잃은것은 저 위, 별자리라는 형태로. 하늘에 걸어두었으니. 그 별들이 떨어지는 순간 그의 상실도 사라지리라. 상실되었다는 사실조차 사라져, 아픔또한 잊혀지리라.)
아시지 않습니까. 저와 같이 별점이든, 뭐든 . 치지 않아도. 질리도록 말했지 않습니까. 당신이 저의 마지막 소망. 남겨진 벤데타.(피로 데워진 제 손으로 당신의 손을 쥐었는데도 당신이 따듯했다. 마지막이로구나. 당신의 마지막에, 나 또한 잘려나가는구나.) 당신이 사랑했던 책은, ...역시. 장르가 달라지겠네요.(눈앞이 흐릿했다. 주인을 대신하듯 흐르는 눈물이 따듯한 당신의 손을 적셨다.)
헤르샨 아일: ...벤, 벤데타. 크리드.... (제가 아는 모든 네 이름을 되뇌었다. 저는 어쩌다가, 네 마지막 소망이 되었을까. 되짚어 보아도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이야기가, 이제껏 쌓아왔던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순간을 만들고... 그 모든 것이 여기에서 끝나는구나.
나의 마지막, 우리 관계의 종말. 그리고 제가 바라던, 네 소망, 감정, 행복, 그 모든 것이 여기에서 끝나리라는 선언. 그 모든 게 무겁고 아파서, 네게 더 좋은 미래를 주지 못하는 게 너무도 아려서, 입술을 물었다. 눈 앞이 흐렸다. 툭, 방울져 내리는 눈물은 역시 맞잡은 손 위여서.)
나는, 네가 행복한 미래를 바라... 정말로, 고해하건데 언제까지고 네가 얼어버리지 않도록.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도록. 네가 그러기를 바래도 그러지 못하게, 네 옆에 계속 있기를 바랐어. ..그래서 넌 내 가장 큰 욕망이었는 걸. ... ... (조금, 말이 없었다가 고개를 들고서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지 못해, 이제... 나는 네게 더 좋은 미래를 줄 수 없고, 나의 마지막은 여기야. 그럼에도 바란다면, 제발. ... 행복해줘, 벤. (몸을 움직여 너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서늘한 체온이 제게 닿는 느낌에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제 종말이 네 행복의 종말이 되기를 바라지 않기에. 말로도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을 전해보겠다는 듯이.)
벤데타: 헤르샨, 샨. 제가, 이벤데타가 바라 마지않는것은 정의. 모든 불안요소와 확률이 제거된, 단 1g의 차이조차 제어내는 완벽한 저울.(따끔거렸다. 아팠다. 제 체온을 나누어주는 헤르샨은 항상 달고 따듯했는데, 서서히 얼어가는 몸을 녹이려는 헤르샨은 아팠다. 그랬기에 그는 헤르샨을 마주안을 수 있었다. 아픈것을 참는것은 그의 특기니까.
차가운 몸이라 죄송합니다. 온기만을 받아야 할 당신에게 저의 차가운 손을 내민 것이 미안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걸 받고 헤르샨이 웃었더라도. 나는 그것이 싫었기에. 당신에게 한번쯤은, 따듯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따듯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네게 따스한 거짓말을 하고, 행복하겠노라 눈물흘리며...거짓된 따스함이라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의 마지막 페이지를 거짓으로 채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괘변, 위선. 그가 싫어하던것들. 그는 결국, 마지막까지 추위를 호소했고, 건네는 것은, 차가운 맥박.)...저의 행복이. 이것입니다 헤르샨. 당신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완전한 정의가 되는것
같이 종말을 맞이하죠, 저의 상실들이 흩어질 이곳에서. 저희만의 장례식입니다. 둘만의 장례식. 헤르샨 아일의 마지막 페이지와, 벤데타의 마지막 페이지.(크리드가 아닌 벤데타. 벤데타의 페이지는 이제 멈춘다. 멈춰서, 그저 이전 페이지들을 반복할뿐. 그는 웃었다. 결국 서로의 마지막을 보는걸지도. 퍽이나,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헤르샨 아일: ...벤, 마지막이잖아. 마지막까지... 내 부탁, 한 번만 들어주면 안 돼? (간절한 목소리. 그러나 정말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기 보다는 흐르는 감정을 부여잡을 수 없어서 내뱉는 것에 가까운. 네 웃음이 제게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던가? 정말, 마지막까지 너는 고집쟁이였고 제가 아는 벤데타답게 굽힐 생각이 없었다. 그런 너를 상대로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 모두 사라지는 물거품이여서 네 품에 얼굴을 묻은채로 조금 울었다가)
네가 없어도, 행복하게... 제대로, 살아주면. 안 돼? 내게, 마지막까지 너는....
장례식은 하나로 족해, 제발. ...나는, 아직도 살고 싶어 벤. (울음기 넘치는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그럴 수 없어서... 네 옆에 있을 수 없다는 게, 더 이상 내게 남은 미래가 없다는 게 끔찍해. ... 그러니 그렇게 말하지마. ..제발, 내 가장 큰 욕망이자...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야기잖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내뱉는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제 품에 닿는 익숙한 서늘함이 좋아서. 그 서늘함을 항상 사랑해 왔어서. 그리고... 그것을 더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섦어서 너를 고쳐안았다. 네가 나에게 준것은 언제나 내 선택이었고, 사랑스러웠고 행복했어.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슬픈 거야.)
벤데타:.....원하는것은, 거짓된 평안이십니까?(거짓된 해피 엔딩. 달라진 마을, 여우와 토끼. 그의 눈물이 헤르샨의 손을 적시고, 그 아래로 떨어졌다. 정작 눈물흘리는 그의 얼굴을 무감한, 도자기의 인형같아서. 그는 제 얼굴을 매만졌다. 고집쟁이에 원칙주의, 조금 무뚝뚝하고 누구보다 정의를 추구하는.. 이제 비로소, 미뤄왔던 정의가 되려 하는.)
헤르샨 아일: ....아니, 내게 거짓을 말하지 마. 그런 걸... 바라지 않아. (느릿하지만, 끝까지 말을 이어내고) 너를 설득하고 싶은 거야. ... 천천히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까. .. .
벤데타: ....샨, 샨. 추워요 샨.(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당신을 마주안았다. 아픈 온기가 기꺼워서, 마땅히 그렇게 했다. 시간이 지나겠지. 당신이 죽고, 내가 '완성'될 시간이 지나겠지. 우습게도, 자신이 무언가의 물품같이 느껴져서. 그가 웃었다.)
헤르샨 아일: 벤....... (단단한 얼음 같은 너를 녹이기에, 아니.. 애초에 녹일 수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것이 못내 서러워서. 너를 설득하기는 커녕, 네게 마지막 온기를 건내주기 위해 안고 있을 시간마저 부족해서 너를 마주 끌어안았다가)
...나를 기억해 줘. 나의 마지막의 여기지만, 네 마지막은 여기가 아냐. 내 이야기를 떠올릴 때는... 언제까지고, 네 행복을 바랐다는 걸 제일 먼저 기억해. ...
벤데타: ..헤르샨 아일. 샨이 이 벤데타의 행복을 바랬음을. 예, 그럼요. 기억하겠습니다(속삭여지는 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웃었던가? 벤데타는 웃었던 것같았다. 정확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제 뺨을 매만지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기에.)
당신의 마지막은 여기지만, 당신의 모든 순간들을 이곳에 남기겠으니, 바라건데 샨...( 나를 이곳에 두고가지 마세요. 나의 소망. 그는 꾹 제 호소를 삼켜내었다.) 샨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헤르샨 아일:(문득 네 얼굴을 보고 싶어져서, 몸을 떼어내어 네 얼굴을 마주했다. 웃고있는, 그렇지만 제가 보았던 어떤 때보다도 슬픔이 배인 표정을 바라보다가 저도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몇 번 흘려본 적 없던 눈물은 평생 분량을 쌓아둔 탓인지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어서, 웃으면서도 눈물이 방울지고) 나의 마지막이,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의 마지막이 너라서... 행복해, 벤. 나는 지금껏 네가 있어 행복했어. ...
기억해 줘. 너는 결국 흘러가 내가 바라지 않았던, 단단히 얼어버린 정의가 될 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한 구석에만이라도, 내 온기를 네게 남겨줘. 바라건데 벤.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가 떼었다. 마치 축복하듯, 기원하듯, 네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듯이, 동작은 천천히 이어졌다가) 네 이야기는 결국 해피엔딩일 거야. ...그렇게 기원할게.
벤데타:...저는, 당신이 있기에 웃었고, 당신이 남아있기에 흉내내었습니다 샨. 그러니 그 시간들은...(즐거웠다. 그의 침묵에서 읽어낼 수 있는 답은 그것 하나였다. 너무 즐겁고 따스해서. 놓고싶지 않을정도로 붙들고 있다가. 이렇게 차가운 손에도 유리병 안 사탕은 녹아버렸으니, 저 주제에 너무 욕심을 부린걸까. 벤데타는 자조했다.)
(이유는 많았다. 이마에 남겨진 온기가 따듯해서. 당신의 기원을 이룰 수 없다는것이 참 아려서. 나의 끝은, 종말은 결국 어떠한 엔딩도 맺지 못할, 정의일것이. 당신에게 슬픈 것이라는게, 너무나 안타까워서.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샨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입니까?
헤르샨 아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은 해피엔딩이라기에는 제게도, 너에게도 너무나 잔인한 결말이었으므로. 그럼에 오래도록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아니, 해피 엔딩은 아니지. ...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는 괜찮았어. 대부분의 이야기에 네가 있었고, 마지막은 온전히 너니까. ... ... 그리고 네가 이 모든 것을 기억해줄테지. ..그러니까 이걸로 괜찮아.
벤데타: ...(벤데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헤르샨이기에, 나는 헤르샨의 해피엔딩을 기록하고싶었다. 소망하고싶었지만..이미 늦어버린것을.)가볼까요 샨, 유성우를 보러. 마지막 페이지를 쓰셔야죠. 드디어 내기의 끝입니다.(표정없는 얼굴, 쏟아지듯 뚝뚝 흐르는 눈물. 붉어진 눈가. 그는 지독히도 이질적인 얼굴로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을거지?)
헤르샨 아일: (표정없이 우는 네 얼굴이 서글펐다. 언제 저렇게 단단히 굳었었지, 너는. ... 그럼에도, 그 순간마저도 놓치기 아쉬워 천천히,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이번에는 단단하게, 네 손을 붙잡았다.) 응, 가자. ...마지막 페이지를 쓸 시간이야. 내기는.. 네가 이겼네, 벤. (실없는 말, 승패는 이미 둘 모두에게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뱉어내고서는) 내 마지막 페이지를 써줘.
벤데타: 당신의 페이지의 제 펜을 사용하는 일은, 언제 듣더라도 저의 행복입니다.(잉크는, 당신의 피로써 씌여지겠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단단히 붙잡힌 손을 끌어당기며,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당신이 선물해준, 벤데타의 소망. 서늘하게 날이 선 그 날붙이를.)
..., 괜찮으시겠습니까. (쥔 검이 무거웠다. 익숙한 무게엿음에도.)
해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고, 헤르샨은 벤데타에게 줄곧 들고 있던 약병을 보여줍니다.
헤르샨 아일: ..이거, 수면제야. 몇 알 빼돌린 정도라 치사량은 안 되고. ...
...그냥, 내가...혹시라도, 괴로운 표정 지을까봐. (느릿하게 웃더니) 그게 네 기억에 남은, 내 마지막이면... 슬프잖아.
..내가 이걸 먹고 잠들면, 해야 할 일을.. 해 줘.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한 번 웃었다) 슬프지만, 이게 정의로운 일이라서 다행이야. ...
..깨어나기 전에 망설이지 말고, 내가 다시 눈을 뜨면... 그건 내가 아닐테니까. 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안아줄래?
벤데타: ....당신이 원하신다면.(그는 조심스럽게, 다만 확실히 당신을 안았다. 그의 품에서 조금이라도 따듯함을 느꼈으면 좋을텐데, ) 망설이지 않고. 깨어나기 전에.(그는, 헤르샨을 좀비 바이러스 보균자로 정의내렸다. 그렇다면, 단순한 개인의 선호 차이로 예외가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너무나도..감사했습니다, 헤르샨.
헤르샨 아일: ...나도, 벤. ... 고마워. (수많은 감사를 담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마지막을 맡아준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짧게 대답하고.)
품에 안겨있던 헤르샨은 이내 입 안에 약을 털어넣고 짧게 웃어보이더니, 당신에게로 쓰러집니다.
헤르샨은 눈을 감고, 새근히 숨소리만이 들리는 이 순간.
자유롭게 행동해주시고, 행동을 묘사해주세요.
벤데타: ...(노리는것은 심장, 늘 해왔던 손놀림. ...눈물과 함께라는것이 차이겠지. 부드러운 살을 찢고 검이 피를 머금었다.은빛 쇠붙이에 피가 흘렀다. 마지막 검. 마지막 소망. 그것이 없어지고 나서야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장을 관통한 헤르샨을 붙잡고, 그렇게 오열하며. )
당신의 손끝에서,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헤르샨의 숨이 완전히 끊긴 순간, 당신 안의 무언가도 끊겨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정말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헤르샨의 얼굴을 보며, 다시는 채울 수 없게 된 빈 공간을 느끼며, 당신은 유성우가 찬란히 쏟아져내리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 날, 그 밤에, 눈이 멀어버릴 만큼 찬란했던 유성우는 오로지 당신만이 아는 한 편의 위령제가 되었습니다.